관세음의 노래/ 서정주
관세음의 노래 서정주 그리움으로 여기 섰노라 호수와 같은 그리움으로, 이 싸늘한 돌과 돌 사이 얼크러지는 칡넝쿨 밑에 푸른 숨결은 내 것이로다. 세월이 아주 나를 못 쓰는 티끌로서 허공에, 허공에, 돌리기까지는 부풀어오르는 가슴속에 파도와 이 사랑은 내 것이로다. 오고 가는 바람 속에 지새는 나달이여 땅속에 파묻힌 찬란한 서라벌. 땅속에 파묻힌 꽃 같은 남녀들이여. 오 생겨났으면, 생겨났으면, 나보다도 더 나를 사랑하는 이 천년을,천년을, 사랑하는 이 새로 햇볕에 생겨났으면 새로 햇볕에 생겨나와서 어둠 속에 날 가게 했으면,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이 한 마디 말 님께 아뢰고, 나도, 이제는 바다에 돌아갔으면! 허나 나는 여기 섰노라. 앉아 계시는 석가의 곁에 허리에 쬐그만 향낭을 차고 이 싸늘한 바위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