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시집

김관식/ 居山好

추연욱 2022. 10. 27. 08:18

居山好

 

김관식

 

耕稼陶漁의 시

 

산에 가 살래.

팔밭을 일궈 곡식도 심우고

질그릇이나 구워 먹고

가끔, 날씨 청명하면 동해에 나가

물고기 몇 놈 데리고 오고

작록(爵綠)도 싫으니 산에 가 살래

 

 

 

居山好 2

 

김관식

 

오늘, 북창을 열어

장거릴 등지고 산을 향하여 앉은 뜻은

사람은 맨날 변해 쌓지만

태고로부터 푸르러 온 산이 아니냐.

고요하고 너그러워 수()하는 데다가

보옥(寶玉)을 갖고도 자랑 않는 겸허한 산.

마음이 본시 산을 사랑해

평생 산을 보고 산을 배우네.

 

그 품 안에서 자라나 거기에 가 또 묻히리니

내 이승의 낮과 저승의 밤에

아아(峨峨)라히 뻗쳐 있어 다리 놓는 산.

네 품이 고향인 그리운 산아

미역취 한 이파리 상긋한 산 내음새

산에서도 오히려 산을 그리며

꿈 같은 산 정기를 그리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