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시집 191

나태주/ 풀꽃 · 내가 너를 · 11월

· 羅泰柱(1945 ~ ) 풀꽃1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을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풀꽃3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 내가 너를 나태주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를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11월 나태주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 버렸고 버리기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겠습니다

여백/시집 2019.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