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시집 191

유치환/ 怒한 山, 석굴암 대불, 사모, 낙화

怒한 山 유치환(1908~ 1967) 그 倫落의 거리를 지켜먼 寒天에 산은 홀로이 돌아앉아 있었도다. 눈 뜨자 거리는 저자를 이루어사람들은 다투어 貪婪하기에 여념 없고 내 일찌기호올로 슬프기를 두려하지 않았나니. 日暮에 하늘은 陰寒히 雪意를 품고사람들은 오히여 우럴어 하늘을 憎惡하건만 아아 山이여, 너는 높이 怒하여그 寒天에 굳이 접어주지 않고 있으라. 유치환, , 정음사, 1958.   石窟庵大佛 유치환 목 놓아 터뜨리고 싶은 통곡을 견디고내 여기 한 개 의 돌로 눈감고 앉았노니천년을 차거운 살결 아래 더욱아련한 핏줄, 흐르는 숨결을 보라. 목숨이란 ! 목숨이란―억만년을 願 두어도다시는 못갖는 것이매이대로는 못버릴 것이매 먼 솔바람부풀으는 동해 蓮잎소요로운 까막까치의 우짖음과뜻없이 지새는 흰 달도 이마..

여백/시집 2014.12.29

고은/ 밤 내가 없는 듯하여 돌아누워 빗소리 잃어버려라

깊은 밤 내가 없는 듯하여 돌아누워 빗소리 잃어버려라 고은 인간은 고독할 수 있을까. 고독이란 곧 감상에 사로잡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그 고독 때문에 인간이 오랜만에 자기 자신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나와 나의 해후가 실현된다. 날마다 인간은 누구와 스치고 누구와 흥정을 한다. 누구와 싸우면서 살아간다. 그것은 어디에 자신이 있는가를 알기 위해서 제 호주머니를 뒤져 볼 만큼 자신과는 먼 일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조간신문이 고독을 막고 깊은 밤에는 불면증 치료제 CM이 자신으로 돌아가려는 고독을막아 버린다. 그뿐이 아니다. 이제 텔레비전은 나이트클럽의 광란의 향락을 몰고 오며 오대산의 그윽한 숲속에서도 관광객은 고독을 쫓아 버렸다. 인간은 어느 시대보다도 자기 없는 시대에 동서남북으로 뛰어다니고 있..

여백/시집 2014.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