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정희성
가까이 갈 수 없어
먼발치에서 서서 보고 돌아왔다
내가 속으로 그리는 그 사람마냥
산이 어디 안 가고
그냥 거기 있어 마음 놓인다
정희성, <돌아다보면 문득>, 창비, 2008.
이 봄의 노래
정희성
무엇이 이 산에 꽃을 피우나
봄이 오면 해마다 진달래 피어
이 마음 올연히 붉어오겠네
가야지 어찌 아니 돌아가리
그리운 보리밭 푸른 하늘아
정답던 친구 어디 가고
이 봄만 남아 푸르러지려나
만나면 부둥켜 울고 싶어서
4월은 더욱 붉어라
정희성,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창작과 비평사, 1996
밟으면 밟을수록 푸른 풀
정희성
풀을 밟아라
들녁엔 매맞은 풀
맞을수록 시퍼런
봄이 온다
봄이 와도
우리가 이룰 수 없어
봄은 스스로 풀밭을 이루었다
이 나라의 어두운 아희들아
풀을 밟아라
밟으면 밟을수록 푸른
풀을 밟아라
정희성, <답청>, 책 만드는 집,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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