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별 하나/ 이성선 사랑하는 별 하나 이성선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외로워 쳐다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쳐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세상 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가슴에 화안히 안기어 눈물짓듯 웃어주는 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 가슴에 사랑.. 여백/시집 2016.03.19
나의 꽃/ 한상경 나의 꽃 한상경 네가 나의 꽃 인 것은 이 세상 다른 꽃보다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네가 나의 꽃인 것은 이 세상 다른 꽃보다 향기로워서가 아니다 네가 나의 꽃인 것은 내 가슴 속에 이미 피어 있기 때문이다. 여백/시집 2016.02.13
도종환/ 바람이 오면 바람이 오면 도종환 바람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그리움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아픔도 오겠지요 머물러 살겠지요 살다간 가겠지요 세월도 그렇게 왔다간 갈 거예요 가도록 그냥 두세요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문학동네, 2015년 3판. 깊은 물 도.. 여백/시집 2016.02.09
나태주/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사람 나태주 아름다운 사람 눈을 둘 곳이 없다 바라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니 바라볼 수도 없고 그저 눈이 부시기만 한 사람. 여백/시집 2016.01.17
더딘 사랑/ 이정록 더딘 사랑 이정록 돌부처는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 눈 깜짝할 사이도 없다 그대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마라 달은 윙크 한 번 하는데 한달이나 걸린다 이정록, <의자>, 문학과지성, 2006. 여백/시집 2015.12.27
안현미, 와유 臥遊 와유 臥遊 안현미 내가 만약 옛 사람이 되어 한지에 시를 적는다면 오늘밤 내리는 가을비를 정갈히 받아 두었다가 이듬해 황홀하게 국화가 피어나는 밤 해를 묵힌 가을비로 오래오래 먹먹토록 먹을 갈아 훗날의 그대에게 연서를 쓰리 "국화는가을비를 이해하고 가을비는 지난 해 다녀갔.. 여백/시집 2015.10.04
김춘수/ 얼룩, 또 하나 가을 저녁의 시, 하늘 또 하나 가을 저녁의 시 김춘수(1922~ 2004) 부서져 흩어진 꿈을 한 가닥 한 가닥 주워 모으며 눈물에 어린 황금빛 진실을 한 아름 안고 나에게로 온다 바람이 가지를 흔들듯이 넘쳐흐르는 이 靜寂을 고요히 흔들며 나에게로 온다 저 섧게 물든 전나무 가지 사이 가리마 같은 언덕길을 한 걸.. 여백/시집 2015.09.21
데드 슬로우/ 김해자 데드 슬로우 Dead slow 김해자 큰 배가 항구에 접안하듯 큰 사랑은 죽을 만큼 느리게 온다 나를 이끌어다오 작은 몸이여, 온 몸의 힘 다 내려놓고 예인선 따라 가는 거대한 배처럼 큰 사랑은 그리 순하고 조심스럽게 온다 죽음에 가까운 속도로 온다 가도 가도 망망한 바다 풀 어헤드로 달려.. 여백/시집 2015.09.15
정희성 숲 숲 정희성(1945~) 숲에 가 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이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여백/시집 2015.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