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시집

빈집/ 기형도

추연욱 2015. 2. 28. 15:25

 

 

빈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