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水菊
정한아
잉크가 마르는 동안 나는 사랑했네
부끄럼 없이 꺾은 꽃봉오리 한 채의 수줍음과
그 千의 얼굴을
한 꽃의 일평생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망설임
열 길 물속
다 들켜버린 마음
나 사랑하는 동안 시들고 비틀린
열매 없는 창백한 입술들이여
똑같은 꽃은
두 번 다시 피지 않은 것을:
이 모든 것은 헛되고 헛되었으나
세상은 언젠나 완전했네.
정한아, <울프>, 문학과 지성, 2018.
정한아, <문장웹진>, 201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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