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시집

인연설/ 만해 한용운

추연욱 2022. 8. 4. 20:28

인연설

만해 한용운

 

인연설 1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사랑한다는 말은 안 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웃는 것은

그만큼 그 사람과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알수 없는 표정은 이별의 시작입니다.

떠날 때 우는 것은 잊지 못하는 증거요,

뛰다가 가로등에 기대어 울면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말입니다,

 

 

인연설 2

함께 영원할 수 없음을 슬퍼 말고

잠시라도 함께 있음을 기뻐하고

더 좋아해 주지 않음을 노여워 말고

이만큼 좋아해 주는 것에 만족하고

나만 애태운다고 원망치 말고

애처롭기까지 한 사랑을 할 수 있음을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말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일찍 포기하지 말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나는 당신을 그렇게 사랑하렵니다.

 

 

인연설 3

세상 사람들은 참 어리석습니다.

그리고 눈이 너무 어둡습니다.

그것을 생각할 때 스스로 우스워집니다.

세상 사람들은 먼 먼 더 멀게만 느껴집니다.  

그러나 가까운 것은 벌써 가까운 것이 아니며 

멀다는 것 또한 먼 것이 아닙니다.

 참으로 가까운 것은 먼 곳에만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또한 먼 것도 가까운 것도 아닌 

영원한 가까움인 줄 세상 사람들은 모르고 있습니다.

말이 없다는 것은 더 많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말이 많다는 것은 정작 할 말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사를 한다는 것은 벌써 인사가 아닙니다.

참으로 인사를 하고 싶을 땐 인시를 못합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더 큰 인사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사랑하고 있는 사람 앞에선 사랑하고 있다는 말은 안 합니다.

안 한다는 것이 아니라 못한다는 것이 사랑의 진리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땐  잊는다는 밀이 없습니디.

헤어질 때 뒤돌아 보지 않는 것은 너무도 헤어지기 싫은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함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