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일곡령~단지봉-2010년 9월 30일
거창군 상개금 마을,
지금 11시, 부산에서 3시간을 달려왔다.
해발 700m쯤 되는 이곳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1989년 7월 15일에서 17일까지 '교원산악회 소소리'에서 등산학교 4기 수료 기념등산으로 20명을 인솔하고 중촌리 고비마을로 왔다.
단지봉에서 가야산까지 종주를 계획하고 마을 조금 위 계곡에서 야영을 하고 단지봉으로 올랐다.
그러나 엄청난 비바람에, 안개에 능선에서는 천지를 분간할 수 없었다.
발길에는 진달래, 씨리나무 등 관목들이 걸음을 더디게 하는 가운데 겨우 두리봉에 이르렀다.
길지도 않는 거리를 거의 종일 걸은 셈이다.
그러나 이제 남은 일정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내려오니 바로 이곳 상개금마을,
작고 조용한 개금초등학교 선생님에게 부탁하여 학교에서 하룻밤을 잤다.
교실에는 아이들의 작은 책걸상과, 크레용으로 그린 그림들이 붙어있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젖은 옷과 장비를 말리고, 푸짐하게 먹고 쉬고 즐겁게 놀았다.
다음날 오전 내내 우리가 빌려 쓴 교실 청소로 보냈다.
이제 그 학교는 폐교되었다.
지금 이 시골 마을에 어울리지 않게 번듯한 모습으로 있었다.
옆에는 무슨 펜션같은 건물도 보였다.
왼쪽으로 낮달을 보며,
울창한 숲길을 올라 목통령에 올랐다.
목통령(0999.8m)은 있는 듯 없는 듯 지나가 버렸다.
여기서부터 수도기맥 마루금을 따라 걷는다.
왼쪽은 경상남도 거청군, 오른쪽은 경상북도 김천시다.
숲이 울창해 답답하더니 곧 시야가 확 트인다.
거기다가 오늘은 날씨가 맑아 멀리까지 잘 보인다.
앞으로 용두암(1125m)이,
뒤로 가야산의 그 웅장하고 신비스런 모습을 들어낸다.
용두암
단지봉도 보인다.
좌일곡령(1258m)에서 김천 모티길 '수도녹색숲 모티길'이 저 아래로 보인다.
수도녹색숲 모티길은 단지봉, 좌일곡령 북쪽 허리를 감아돌아 목통령 근처까지 이어지는 길임을 알았다.
실은 이번 산행은 모티길의 모습을 위에서 보는 것이다.
좌일곡령은 좌대곡령, 좌월곡령 등 지명에 혼란상을 보이도 있다.
국립지리원 지형도에는 左臺谷領이라 표기하고 있다.
이곳이 암봉이긴는 하지만 '臺'라 할 만한 너럭바위는 없다.
혹시 左壹谷嶺을 잘못 읽어 좌대곡령이 된 것은 아닐까?
좌월곡령이라면 산지 지명에 알맞다.
'月'은 곧 '山'이니 어느 한 지점에서 볼 때 '왼쪽에 있는 산' 정도의 뜻일 것이다.
이상한 점은 또 있다.
'嶺'은 안부를 말한다. 그런데 이곳은 안부가 아니고 봉우리이니 도무지 그 까닭을 알 수 없다.
수도산도 보인다.
좌일곡령을 뒤돌아 보고,
단지봉(1326m)에 올랐다.
단지봉은 어떤 지점에서 보면 장독에 뚜껑을 덮은 모습이라 그런 이름이 붙었다 한다.
예전에는 황량한 빈터여서 축구 한 판 벌려도 될 만한 곳이었는데,
지금은 온갖 풀과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봄이면 철쭉들이 꽃잔치를 이룰 것이다.
지금 초가을 쓸쓸한 풍경이 지니가는 나그네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뒤로 가야산이 여전히 그 의연한 자태를 보이고,
앞으로, 옆으로 온갖 산들이 파노라마를 만든다.
송곡재에서 하산한다.
계곡은 태풍이거나 폭우에 심하게 훼손되어 있었다.
그래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듯한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중촌리 고비마을,
깔끔하게 정리된 산골마을, 오리미를 많이 생산하는 마을인 모양이다.
그런 그렇고 마을 길 옆 작은 잡 꽃밭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뽄뽄다알리아, 금잔화가 무슨 소굽놀이 처럼 피어있다.
먼 옛날의 꿈을 꾸는 듯하다.
이곳에서 오늘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5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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