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Bucket List>
Rob Reiner 감독
2007년에 나온 영화.
Jack Nicholson이 에드워드, Morgan Freeman이 카터역을 맡았다.
이 두 성격배우의 중후한 연기는 이 영화를 보는데 뺄 수 없는 즐거움이다.
● 병원 재벌 회장 에드워드는 네 번 결혼했고, 지금은 홀아비이고, 홀아비의 삶을 즐긴다.
성질이 괴퍅하다. 암으로 자기 병원에 입원했다.
● 역사 교수가 되고 싶었던 사나이 카터는 자동차 정비사다.
온갖 지식에 통달한 온화하고 품위있는 지식인인다. 그는 단 한번도 외도한 적이 없다.
성격이 전혀 다른 두 늙은이가 같은 병원 같은 병실에서 만난다.
병원 소유자 에드워드는, 자기 병원에는 독실은 없다는 원칙을 정했다.
그는 그 원칙을 무시할 수 없어 투덜대면서 카터가 입원해 있는 병실에 든 것이다.
이들은 살 날이 6개월쯤 남았다.
카터는 병원 침대에 누워 있자니 따분했던 모양이다.
옛날 대학 신입생 시절 철학 숙제로 만든 'Bucket List'를 메모지에 적어본다.
모르는 사람 도와주기,
눈물이 날 때까지 웃기,
정신병자가 되지 말기 등.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하는 것을 적은 목록이다.
돈벌이에만 평생을 바친 에드워드는, 그것을 보자 무언가 깨닫는다.
거기다가 자신의 생각을 더 보태 리스트를 완성한다.
여기에 에드워드가 보탠다.
장엄한 것을 직접 보기,
스카이다이빙해 보기,
가장 아름다운 소녀와 키스하기,
문신하기 등등.
● 두 늙은이는 후회없이 죽기 위해 치료를 그만두고 모험을 떠난다.
팔팔한 젊은이라면 늙은이들의 이런 행위를 주책이라고 생각하거나, ‘죽으려면 무슨 짓을 못해’라 빈정거릴 수도 있다.
그들이 하는 짓이 하도 엄청나서.
당연히 카터의 부인은 반대한다. 부부싸움도 벌어진다.
이런 점은 영화 <One Week>와 같다.
하나하나 실행에 옮긴다.
● 스카이다이빙, 자동차 경주, 문신하기, 아프리카에서 사냥…….
타지마할에서의 대화를 들어보자.
● 에드워드, "장례를 어떻게 할지 골치아퍼.
매장이냐, 화장이냐? 만약 매장이라면 말야, 난 폐쇄공포증이 있거든. 만약 내가 땅 속에서 깼는데, 아무도 없으면 어찌하나. 벨을 달면 좀 나으려나?"
이 점은 나도 걱정했다. 나에게도 폐소공포증이 있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힌 상황, 영화에서, 좁은 곳에 갇히는 장면을 보면 온몸에 소름이 돋곤 했다.
이제 생각해 보니 그게 참 杞憂이다.
관 속에서 깨어날 일은 절대로 없을 테고, 깨어난들 공포를 느끼기 전에 타버릴 테니까.
성질이 괴퍅한 에드워드에게도 이런 순수한 면이 있었다.
죽음을 앞둔 사람의 말은 아니다.
그는 죽음이 기까워짐을 알게되면 다음 다섯 가지 단계가 있다고 했다.
"부정, 분노, 흥정, 우울, 용인"
이들은 분명히 마지막 단계인 것 같다.
● 카터, "안 그럴 거지?"
● 에드워드, "재를 어쩔거냔 거지. 묻나? 뿌리나? 꽃밭 위 선반에 두나? 만약 뜨거우면 어떻게 해?"
● 카터, "나라면 화장을 하겠네. 재는 깡통에 담아 경치가 좋은 곳에 두고."
이런 일도 있었다.
홍콩에서 에드워드는 카페의 아름다운 여급으로 하여금 카터를 유혹하게 한다.
그러나 카터는 바위같은 사람이다.
히말라야 등반을 위해서 베이스켐프까지 갔지만 이미 등반 시즌이 지났다.
악천후로 내년 봄으로 미룰 수밖에 없다.
집으로 돌아간다.
카터는 곧 병이 악화되어 다시 입원한다.
카터가 에드워드에게 신문 기사를 보여준다.
에드워드가 좋아하는 세계 최고 품질의 커피 루왁은,
"수마트라 야생 고양이가 원두를 먹고 소화시킨 후 배설하면 마을 사람들이 그 배설물과 함께 원두를 가공한다. 고양이의 위액과 원두가 결합해서 커피 루왁의 독특한 맛과 향취를 준다."
● 이 기사를 읽고 둘은 리스트 중 한 가지를 실행했다. "눈물이 나도록 웃기."
카터는 죽는다.
● 아직 살아있는 에드워드는 친구 카터의 뼛가루를 담은 깡통을 들고 히말라야에 올라 경관이 좋은 곳에 안치한다.
그리고 카터의 권유로 딸을 찾아간다.
● 여기서 손녀도 만난다. 손녀를 안음으로써 에드워드는 "가장 아름다운 소녀와 키쓰하기"는 이렇게 엉뚱하게 이루었다.
에드워드는 몰랐던 카터를 도왔고,
카터는 에드워드로 하여금 딸을 찾게 했다. "모르는 사람 도와주기"도 이루었다.
서로의 인생에 참된 기쁨을 찾아준 것이다.
이 영화 주제는 역시 사랑이다.
카터의 가족에 대한 사랑은 말할 것도 없고.
부자이지만 가족에게 버림받고 혼자 외로이 살던 에트워드는 비로소 가족에 대한 사랑의 의미를 찾는다.
동병상련으로 가까워졌던 두 늙은이는 이제 진정한 우정이란 또 하나의 사랑을 찾았다.
그리고 에드워드도 죽는다.
그의 뼛가루 역시 그가 좋아하는 커피 루왁 깡통에 담겨 히말라야 정상에 카터의 것과 나란히 안치된다.
● 이로써 "장엄한 것을 직접 보기"는 죽어서 이루어졌다.
'여백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0) | 2019.10.17 |
---|---|
영화 <1987> (0) | 2019.05.22 |
영화 <Kirschblüten-Hanami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0) | 2018.10.01 |
영화 <東方不敗> (0) | 2018.10.01 |
One Week, Bucket List (0) | 2018.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