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시집

김소월/ 봄비

추연욱 2017. 4. 20. 07:03


봄비


김소월(1903~ 1935)


어룰 없이 지는 꽃은 가는 봄인데

어룰 없이 오는 비에 봄은 울어라.

서럽다, 이 나의 가슴 속에는!

보라, 높은 구름 나무의 푸릇한 가지.

그러나 해 늦으니 어스름인가.

애달피, 고운 비는 그어 오지만

내몸은 꽃자리에 주저앉아 우노라.


김소월, <못 잊을 그사람>, 1966, 양서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