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커피 1
용혜원
사랑이 녹고
슬픔이 녹고
마음이 녹고
온 세상이
녹아내리면
한 잔의 커피가 된다
모든 삶의 이야기들을
마시고 나면
언제나
빈잔이 된다
나의 삶처럼
너의 삶처럼
용혜원, <그대에게 주고 싶은 나의 시>, 나무생각, 2014.
내 마음에 머무는 사람
용혜원
한순간 내마음에 불어오는
바람인 알았습니다
이제는
잊을 수 없는 여운이 남아
지울 수 없는 흔적이 남아
그리움이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만남과 사랑이
풋사랑인 줄 알았더니
내 가슴에 새겨두어야 할
사랑이 되었습니다.
그대에게 고백부터 해야 할 텐데
아직도 설익은 사과처럼
마음만 붉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그대는
내 마음에 머무는
사랑이 되었습니다
가을이 가네
용혜원
가을이 가네
빛 고운 낙엽들이 늘어놓은
세상 푸념을 다 듣지 못했는데
발뒤꿈치 들고 뒤돌아보지도 않고
가을이 가네
가을이 가네
내 가슴에 찾아온 고독을
잔주름 가득한 벗을 만나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함께 나누려는데
가을이 가네
세파에 찌든 가슴을 펴려고
여행을 막 떠나려는데
야속하게 기다려주지 않고
가을이 가네
가을이 가네
내 인생도 떠나야만 하기에
사랑에 흠뻑 빠져들고픈데
잘 다듬은 사랑이 익어가는데
가을이 가네
용혜원, <그대에게 주고 싶은 나의 시>, 나무생각, 2014.
내 기억에 남아 웃고 있는 당신은
용혜원
내 기억에 남아 웃고 있는 당신은
나 모르는 사이에
어찌할 수 없는
그리움으로 다가옵니다
시간이 가고
세월이 흘러
몇 발자국씩 몇 발자국씩 멀어졌는데
이리도 선명하게 다가옴은
사랑이었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한 순간
아무런 의미도 없는 듯
돌아섰는데
이리도
내 기억에 남아 웃고 있는 당신은
어찌할 수 없는
그리움으로 다가옵니다.
용혜원, <그대에게 주고 싶은 나의 시>, 나무생각,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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