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시집

오세영/ 연꽃

추연욱 2014. 7. 11. 23:11



연꽃


오세영(1942~)


불이 물 속에서도 타오를 수

있다는 것은

연꽃을 보면 안다.

물로 타오르는 차가운 불,

불은 순간을 살지만

물은 영원을 산다.

사랑의 길이 어두워

누군가 육신을 태워 불 밝히려는 자 있거든

한 송이 연꽃을 보여 주어라

달아오르는 육신과 육신이 저지르는

불이 아니라

싸늘한 눈빛과 눈빛이 밝히는

불,

연꽃은 왜 항상 잔잔한 파문만을

수면에 그려 놓는지를


오세영 시선, <하늘의 시>, 황금복,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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