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오세영(1942~)
불이 물 속에서도 타오를 수
있다는 것은
연꽃을 보면 안다.
물로 타오르는 차가운 불,
불은 순간을 살지만
물은 영원을 산다.
사랑의 길이 어두워
누군가 육신을 태워 불 밝히려는 자 있거든
한 송이 연꽃을 보여 주어라
달아오르는 육신과 육신이 저지르는
불이 아니라
싸늘한 눈빛과 눈빛이 밝히는
불,
연꽃은 왜 항상 잔잔한 파문만을
수면에 그려 놓는지를
오세영 시선, <하늘의 시>, 황금복,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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