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휘의 속삭임
저녁 어스름 때/하루가 끝나가는 저/시간의 움직임의/광휘,
없는 게 없어서/쓸쓸함도 씨앗들도/따로따로 한 우주인,
(광휘 중의 광휘인)/그 움직임에/시가 끼어들 수 있을까.
아픈 사람의 외로움을/남몰래 이쪽 눈물로 적실 때
그 스며드는 것이 혹시 시일까./(외로움과 눈물의 광휘여)
그동안의 발자국들의 그림자가/고스란히 스며 있는 이 땅속
거기 어디 시는 가슴을 묻을 수 있을까./(그림자와 가슴의 광휘!)
그동안의 숨결들/고스란히 퍼지고 바람 부는 하늘가
거기 어디서 시는 숨 쉴 수 있을까./(숨결과 바람의 광휘여)
모든 순간이 꽃봉우리인 것을
나는 가끔 후회한다./그때 그 일이/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그때 그 물건이/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 들고/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더 열심히 사랑할걸.
반벙어리처럼/귀머거리처럼/보내지는 않았는가/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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