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시집

신경림/ 봄의 노래

추연욱 2025. 12. 25. 19:07

봄의 노래

 

신경림(1935~ )

 

하늘의 달과 별은

소리 내어 노래하지 않는다

들판에 시세워 피는 꽃들은

말을 가지고 말하지 않는다

서로 사랑한다는

 

하지만 우리는 듣는다

달과 별의 아름다운 노래를

꽃들의 숨가쁜 속삭임을

귀보다 더 높은 것을 가지고

귀보다 더 깊은 것을 가지고

 

네 가슴에 이는 뽀얀

안개를 본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를 듣는다

눈보다 더 밝은 것을 가지고

가슴보다 더 큰 아픈 것을 가지고

 

신경림, <가난한 사랑 노래>, 실천문학사, 2025 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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