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시집

져녁의 소묘 5/ 한 강

추연욱 2024. 12. 2. 13:30

져녁의 소묘 5

 

한 강

 

죽은 나무라고 의심했던

검은 나무가 무성해지는 걸 지켜보았다

 

지켜보는 동안 져녁이 오고

 

연둣빛 는들에서 피가 흐르고

어둠에 혀가 잠기고

 

지워지던 빛이

투명한 칼집들을 그었다

 

(살아 있으므로)

그 밑동에 손을 뻗었다

 

한강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락과 지성사, 초판 51쇄 2024. 초판 2013.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한강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

사랑이란 무얼까?

우리의 기슴과 가슴사이를 연결해 주는 금실이지.

 

197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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