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慧能

추연욱 2024. 4. 13. 17:54

 

慧能

 

應無所住 어디에도 머무르지 말고

而生其心 마음을 내어라

<金剛經? 四句偈

 

<六祖檀經>行有品

 

육조 慧能(638~ 713) 대사께서 <금강경>의 이 구절에서 깨침을 얻었다는 것이다.

 

혜능 대사의 아버지는 말단 관리였다. 모종 정치적 사건에 휘말려 영남(오늘날의 중국 광동지방)薪州로 좌천됐다. 신주에 와서는 성곽의 초소를 지키는 미관말직이었다. 여기서 나은 늦둥이가 혜능이었다. 그래서 이곳이 혜능의 고향이 된 것이다.

불행히도 아버지가 일찍 죽음을 맞이해 혜능은 전혀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땔 나무를 해다 파는 나무꾼이 돼, 어머니와 더불어 겨우 생계를 이어가는 처지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 나무꾼 혜능은 어떤 선비 댁에 나무를 가져다 팔고 값을 받은 뒤 문을 나서다가,

그 집 선비가 읽는 경전 구절이 그의 귓전을 때렸다.

 

어디에도 머무르지 말고 마음을 내어라[응무소주 이생기심 不應所住而生起心

 

여기서 혜능은 언뜻 스치는 글귀에 깨친 바가 있어,그 게 무슨 경이냐고 여쭈었다.

무식하지만 순수한 그의 심성은 열려 있었다. 다행히 주인 선비는 친절히 가르쳐 주었다그것이 <금강경>이라고,

그리고 황매현 동쪽 憑母山의 오조 弘忍(601~ 674) 선사가 늘<금강경>을 수지 독송하라고 강조하는 바라고 했다.

 

혜능은 황매산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그러나 노모의 생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저런 사정을 안 선비는 은전 일백 냥을 마련해 주면서 노모의 생계를 해결하라고 하고,

어서 오조 홍인을 찾아가 가르침을 받으라고 격려해주었다.

이에 호북성 黃梅縣에 있는 五祖寺5조 홍인 선사를 찾아가서 오조당 선방 안에 앉았다.

남루한 남방 옷을 입은 청년이 무릎을 꿇고 있는데, 키는 보통보다 작았고, 달걀형의 얼굴은 햇볕에 많이 타 있었으며, 눈자위가 움푹 튀어 나왔고, 광대뼈는 밑으로 축 처진 전형적인 남방 사람이었다.

속세에서는 나무꾼으로 살았다고 한다. 양 손 여러 곳에 거친 상처 자국이 남아 있었다.

이런 혜능을 바라보던 반대편 노승은 실눈을 가느다랗게 치켜뜨고 무거운 입을 뗐다.

 

그대는 어디 사는 누구인가?”

嶺南의 백성입니다.”

무슨 일로 왔는가?”

오직 부처가 되기 위해 왔습니다.”

 

이에 홍인이 말했다.

그대는 남방 출신의 오랑캐여서 불성이 없거늘 어떻게 부처가 되려고 하는가?”라고 찔렀다.

 

그 당시 남방(오날의 중국 廣東 부근)은 비문명지어서 오랑캐 지역으로 천시했었다.

그러자 주변에서 간간이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런 말을 들으면 대개는 얼굴이 일그러지며 발길을 돌리곤 했다.

그러나 이 단구의 청년은 아랑곳 않고 고개를 쳐든다. 그리고 노승의 눈을

무심히 쳐다보며, 어눌하지만 확고한 어조로 이렇게 대답한다.

 

사람에겐 남북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불성엔 남북이 없습니다.”라고 했다.

 

아무튼 순간 홍인은 눈을 크게 뜨고 이 무지렁이를 지긋이 쳐다봤다.

불성이나 수행과는 도무지 거리가 멀 것 같은 청년이다.

하지만 웬만해선 되돌아가지 않을 당돌함이 그의 전신에 배어 있었다.

또한 불성의 근본이 평등하다는 반격에 홍인은 비범한 인재임을 알아챘다.

그래서 노승은 더 이야기 하려다 멈추고 청년에게 한 마디 하고 방을 나가 버렸다.

 

너는 방앗간에 가서 일이나 해라

 

혹시 대중들의 시기로 자칫 목숨을 잃을까 염려해, 가장 고되고 후미진 방앗간에 혼자서 방아 찧는 일을 하라고 했다.

허나 스승과 제자의 마음은 이미 하나였기에 방앗간은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법을 성숙시킬 최고의 장소였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어느 날 홍인 선사는 제자들에게 말했다.

누군가에게 내 禪法을 물려주려고 한다.

누구라도 좋으니 자기가 깨달은 心境을 게송으로 읊어봐라. 의 진수를 깨달은 사람에게 내 禪法을 물려주겠다.”

 

당시 홍인의 제자들은 700여 명을 헤아렸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도 선뜻 게송을 읊으러 나서는 자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 제자 중에神秀라는 손꼽히는 학승이 있었다.

그는 학문에도 정통해 스승의 대리를 맡기도 하는 덕망 높은 사람이었다.

아무도 나서지 않으니 상좌승인 신수가 짐을 지게 됐다.

그리하여 신수는 자기가 깨친 심경을 노래로 읊어, 스승이 지나다니는 복도에 붙여놓았다.

 

身是菩堤樹 몸은 보리(菩堤)라는 나무요,

心如明鏡台 마음은 맑은 거울의 받침대로다.

(時時勤拂拭 언제나 부지런히 닦고 닦아서

莫使惹塵埃 먼지가 끼지 않게 해야 하겠다.

 

몸은 득도한 보리수와 같고 마음은 깨끗해서 맑은 거울과 같으므로 언제나 더러워지지 않도록 닦고 닦아서 번뇌의 먼지와 티끌이 끼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신수의 게송을 본 홍인 선사의 제자들은 저마다 그를 찬양했다. 그러나 선사 홍인은 다른 생각을 했다.

 

신수의 노래는 진실을 표현한 듯하나 아직 의 경지에 올랐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면서도 그런 속내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제자들에게 신수의 게송을 외우라고 했다.

후미진 곳에서 방아를 찧던 혜능의 귀에도 지나가는 학인들이 이 게송을 외우는 소리가 들렸다.

혜능은 한 번 듣는 순간 그것이 견성에 이르지 못한 자가 지은 게송임을 알아차렸다.

그는 방앗간에 있는 동안 이미 의 대의를 체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자기도 한 수 읊으려고 했으나 글자를 몰라 적을 수가 없었다.

그는 그 날 밤에, 자기의 심경을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대신 쓰게 해서 벽에 붙였다.

 

菩提本無樹 보리는 원래 나무가 아니요,

明鏡亦非台 밝은 거울 역시 있을 수 없다.

本來無一物) 본래 아무것도 없으니,

何處惹塵埃 어디서 먼지를 닦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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