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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모르는 사람들

추연욱 2023. 7. 14. 15:54

거울을 모르는 사람들

 

 

여러날 비가 오고, 많이 오고,

어떤 지방에는 물난리가 나 피해도 많고,

갇혀 있으니 답답하고,

우스운 이야기 한편 읽읍시다.

 

 

거울을 모르는 사람들

 

엣날 한 선비가 서울로 과거를 보러 갔다가 거울을 사 가지고 돌아왔다.

시골에서 살았기 때문에 서울에 가서 제 모습을 비추어 주는 거울을 보니 너무나 신기해서,

많은 돈을 주고 그 거울을 사온 것이다.

선비는 거울을 남몰래 감추어 두고 아침저녁으로 혼자만 꺼내서 제 모습을 비추어 보곤 했다.

 

어느 날 선비의 아내는 남편이 무엇인가를 농 속에서 꺼내어서는 혼자만 보고 도로 감추고 하는 것을 눈여겨 보았다.

그래서 남편이 나간 사이에 도대체 무엇을 감추어 두고 그러는지 궁금함을 참지 못하여,

농 속에서 슬그머니 그것을 꺼내 들여다보았다.

 

순간 아내는 깜짝 놀랐다. 거기에는 젊은 여자의 모습이 불쑥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질투와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아내는 시어머니에게 쫓아가서 거울을 보이며,

남편이 서울에 가더니 젊은 첩을 얻어다 몰래 농 속에 감추어 두었다고 울며불며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시어머니는 그럴 리가 있겠느냐고 하면서 거울을 받아들고 들여다보았다.

거기에는 늙은 여인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시어머니는 예 아가야, 어디 첩이 있느냐? 건너 마을 할머니가 마실(마을)와서 여기에 있네 그래했다.

 

옆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시아버지가 무엇을 가지고 수다를 떠느냐고 나무라면서 자기도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이번에는 늙은 할머니 대신 늙은 할아버지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시아버지는 그 모습을 보더니 두 무릎을 꿇고 말씨도 공손히ㅡ

아버님, 무슨 일이 있으시기에 이렇게 현령 顯靈하셨습니까?” 하고 절을 했다.

 

며느리는 분명히 젊은 첩의 모습을 보았는데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싶어 다시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여전히 아까의 젊은 첩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났다.

화가 치민 며느리는 첩에게 요사를 부리지 말라고 야단을 쳤다. 그랬더니 첩도 흉내를 내어 입을 놀리는 것이었다.

며느리가 점점 약이 올라 야단을 치면 첩도 지지 않고 며느리가 하는 대로 흉내를 냈으므로,

나중에는 끝내 거울을 깨고 말았다고 한다.

 

任東權, <韓國民譚>, 서문당, 1973.

 

 

 

북두칠성의 유래

 

옛날 어느 곳에 한 과부가 살았으니 아들이 7형제나 되었다.

아들들은 매우 효심이 두터워서 어머니를 위하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고 몸을 아끼지 않았다.

어머니가 따뜻한 방에서 거처하도록 산에 가서 나무를 해다가 방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어머니는 늘 춥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방바닥이 타도록 불을 지펴도 춥다고 말했다.

아들들은 그 까닭을 알 수가 없었다.

 

어느 날 밤에 큰 아들이 잠에서 깨어나 본즉 어머니가 없었다.

새벽이 되어서야 아들들 몰래 살짝 들어와 자리에 누웠다.

다음 날 밤에 큰 큰 아들은 자는 척 지켰다가 어머니 뒤를 따라 나갔다.

 

어머니는 건너 마을 신발 장사하는 홀아비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아들은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았다.

건너 마을에 가려면 큰 개울이 하나 있는데 어머니는 버선을 벗어 들고 겨울의 찬 물 속을 걸어 건너는 것이다.

큰 아들은 집으로 돌아와 동생들을 데리고 가서 밤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

이튿날 새벽 집으로 돌아오던 어머니는 저녁까지도 없었던 다리가 있어 신을 벗지 않고서 개울을 건널 수 있었으니 매우 고마웠다.

 

어머니는 하늘을 향해 빌었다.

이곳에 다리를 놓은 사람은 마음씨가 착할 것이니 그들은 북두칠성이나 남두칠성이 되게 해 주십시오하늘도 그 뜻을 받아들여 7형제는 나중에 죽어서 북두칠성이 되었다고 한다.

 

任東權, <韓國 民譚>, 서문당, 1973.

81~ 82.

 

 

 

거짓말 이야기

 

예날 옛적 어느 고을에서 모가지 없는 사람이 목발 없는 지게를 지고 자루 없는 도끼를 메고 뿌리 없는 고주백이(나무 등걸)를 캐려고 모래 강변으로 갔었습니다.

그 사람은 자루 없는 도끼로 고주백이를 캔다는 것이 잘못되어 발톱없는 발가락을 찍어서 하얀 피가 주루룩 흘렀습니다.

그때 부랴부랴 의사를 찾아 나섰습니다.

그런대 의사를 찾아가는 도중 길에서 중과 고자가 싸움을 하고 있었습니다.

고자는 중의 상투를 쥐고, 중은 고자의 불알을 쥐고 싸우는 것이었습니다.

이 싸움을 가까스로 떼어 말리고 의사를 찾아 갔더니 의사는 칼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 다시 모래 강변으로 갔더니 푸르청청한 하늘에서 소나기가 쏟아져 강이 되어 흐르는데 그 위에 커다란 보따리가 하나 떠내려 오더랍니다.

자루 없는 쇠스랑으로 그 보따리를 건져 내어 펴보니 그 속에는 새빨간 거짓말만 달삭달삭.

 

任東權, <韓國民譚>, 서문당, 1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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