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시집

무인도/ 조성래

추연욱 2023. 12. 18. 14:12

무인도

 

조성래

 

무엇이든 용서할 수 있을 것처럼

흰 것들은

희구나

언제부턴가

착한 사람을 만나면

미안할 일이 닥쳐올 것만 같은

하얀 구름

하얀 파도

아무런 악의도 미움도 없었는데

심지어 사랑도 없었는데

한 남자가 자신의 시신을 끌고

해안선을 따라가네

 

<문학동네>117, 2023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