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酌
류근
獨酌(독작)
류근
헤어질 때 다시 만날 것을 믿는 사람은
진실로 사랑한 사람이 아니다
헤어질 때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는 사람은
진실로 작별과 작별한 사람이 아니다
진실로 사랑한 사람과 작별할 때에는
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이승과 내생을 다 깨워서
불러도 돌아보지 않을 사랑을 살아가라고
눈감고 독하게 버림받는 것이다
단숨에 결별을 이룩해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아
다시는 내 목숨 안에 돌아오지 말아라
혼자 피는 꽃이
온 나무를 다 불지르고 운다
살아서 악마들에게시달리느니
죽어서 신에게 심판받길 선택한 건가.
인간이 조금 더 줄어든 지구,
입과 성기만 남은 자들끼리 모여서
모든 정의와 도덕을 입과 성기에 갈쳐놓고
삶과 죽음을 심판하는 나라.
그대 잘 가시라.
뒤도 돌아보지 말고 가시라.
그대로 인해서 밝았던 날들
하루 아침에 옛날이 되어 버렸네.
아, 여기가 마침내 지옥.
류근의 <페이스 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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