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시집

독작/ 류근

추연욱 2020. 7. 14. 10:05

獨酌

류근

 

 

獨酌(독작)

 

류근

 

헤어질 때 다시 만날 것을 믿는 사람은

진실로 사랑한 사람이 아니다

헤어질 때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는 사람은

진실로 작별과 작별한 사람이 아니다

 

진실로 사랑한 사람과 작별할 때에는

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이승과 내생을 다 깨워서

불러도 돌아보지 않을 사랑을 살아가라고

눈감고 독하게 버림받는 것이다

단숨에 결별을 이룩해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아

다시는 내 목숨 안에 돌아오지 말아라

혼자 피는 꽃이

온 나무를 다 불지르고 운다

 

 

 

살아서 악마들에게시달리느니

죽어서 신에게 심판받길 선택한 건가.

 

인간이 조금 더 줄어든 지구,

 

입과 성기만 남은 자들끼리 모여서

모든 정의와 도덕을 입과 성기에 갈쳐놓고

삶과 죽음을 심판하는 나라.

 

그대 잘 가시라.

뒤도 돌아보지 말고 가시라.

그대로 인해서 밝았던 날들

하루 아침에 옛날이 되어 버렸네.

아, 여기가 마침내 지옥.

 

류근의 <페이스 북>에서. 

 

 

다음검색

저작자 표시 컨텐츠변경 비영리

 

 

 

'여백 > 시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숲속 길 걸어가면/ 박필상  (0) 2020.10.19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정희성  (0) 2020.09.20
직소포에 들다/ 천양희  (0) 2020.06.11
五月消息/ 정지용  (0) 2019.09.15
나태주/ 풀꽃 · 내가 너를 · 11월  (0) 2019.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