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여행/도보여행 후기

지리산 둘레3길-2010년 3월 11일

추연욱 2010. 3. 12. 14:27

지리산 둘레3길-2010년 3월 11일

 

 

지리산 둘레3길은 전라북도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와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를 잇는 19km의 지리산길을 말한다. 이 구간은 지리산북부의 전북 남원과 경남 함양을 잇는 옛 고갯길 등구재를 중심으로 지리산 주능선을 조망하고, 넓게 펼쳐진 다랑논과 6개의 산촌 마을을 지나 엄천강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인월면→ 중군마을→ 수성대→ 배너미재→ 장항마을→ 장항교삼→ 신암 삼거리→등구재→ 금계리로 이어진다.  

 

오랫만에 쾌청한 날씨를 만났다.

돌이켜 보면 지난 2월 11일 남더유 산행에는 많은 눈이 왔고, 2월 25일 둘레2길을 걸을 때는 많은 비가, 3월 4일 둘레1길에는 비가 조금 왔다.

 

어제는 부산에 5cm의 눈이 왔고, 중부지방에는 엄청 눈이 왔다.

 

11시에 인월면 구인월교에 도착했다.

어제 내린 눈이 햇빛을 받아 온천지가 눈부시게 환하다.

지난 번 빗속에 흐릿하던 덕두봉도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인월리에 지리산길 안내센터가 있다.

대장 블렉커피님은 지리산길 전체에 안내소가 이곳 한 군데뿐이라고 말한다.

  

 

다시 구인월교 월영정에서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안내표지 60개를 지나 금계리로 간다. 

   

 

 

 

 

 

11시 40분 중군마을을 지나,

 

 

눈덮인 오솔길로 접어든다.

  

 

꿀벌통이 눈에 덮여있다. 벌들은 지금 잠을 자면서 봄의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황매암

  

 

 

 

 

 

  

 

12시 35분 백련사 갈림길

 

12시 40분 수성대

물가에 있는 이 포장집, 여름에는 더없이 좋은 오아시스이다. 지금은 눈에 덮여 있지만 머지 않아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골짜기에 맑은 물이 흐른다. 눈은 이미 이곳의 주인공은 아니다.

골짜기를 흐르는 물, 물을 비추는 밝은 햇빛은 봄이 이곳까지 거의 다 왔음을 말해준다.  

 

 

이런 멋진 풍경들을 보며,

 

 

 

배넘이재 못미처 이런 큼직한 개서어나무 한 그루가 서있다. 좋은 이정표 구실을 한다.

  

 

1시에 배넘이재에 도착했다.  

 

이렇게 기분 좋은 길을 걸어

 

 

  

 

소나무들이 눈 무게를 간신이 버티고 있다.  

 

 

장항마을에 들기 바로 전 산기슭에 - 남원시 산내면 장항리 윗당산에 노루목 당산소나무가 있다. 

안내표지판에 이렇게 썼다.

 

"장항마을은 백두대간 지리산의 한 능선인 덕두산에서 바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한 자락이 부채살처럼 흘러내려 남쪽에는 살강골과 바람골을, 가운데는 뒷골을, 북쪽으로는 높은 옛골을 만들어 마을을 아늑하고 포근하게 감싸고 있다.

당산이 있는 자락은 옛골로서 마치 노루가 목을 길게 내민 형국이기 때문에 옛 이름은 노루목, 지금은 獐項리라 부른다.

노루목에는 3개의 당산이 있다. 이곳에 당산을 모신 사연은 북쪽이 비어 북풍이 마을로 넘어오기 때문에 그 허함을 막기 위하여 바람이 지나는 길목에 당산을 세웠다고 한다.

예전에는 해마다 정월 대보름에 세 당산에 당산제를 지냈으나 지금은 정월 초사흘에 이 윗당산에만 제사를 지낸다.

당산나무는 마을이 형성될 무렴인 1600년대부터 자라기 시작했다고 한다. 키는 10여m, 수관의 폭이 15m쯤 된다.

석단은 당산제를 마치고 제물을 묻어 당산신을 비롯한 산신령과 산짐승, 온갖 미물들에게도 정성을 드리는 獻食의 장이다."

 

 

자세히 살피지 못했지만 이 느티나무도 당산나무일 것이다.  

 

 

 

 

1시 20분에 장항마을 가는 표지판이 있는 이곳 길 가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찻길을 건너,

 

 

 

산을 바라보고 오른다.  

 

 

산기슭에 다랑논들이 넓게 펼쳐져 있다.  

 

효자비각 같은 것이 있고, 

 

이제부터 힘겹게 등구재를 올라야 한다. 

 

 

길은 솔밭으로 이어지고, 

  

 

2시 50분에 중황마을 쉼터.

우리는 여기서 여기서 맛있는 돼지고기를 실컷 먹었다.

어느 분이 사주신건지는 알지도 못하고 먹기만 했다.   

 

3시 10분에 호음교에 도착했다. '호음'이란 무슨 뜻일가? '좋은 소리 또는 소식[好音]'이란 뜻일가? 

주변에는 비탈을 깎아 만든 다랑논이 많다. 논을 받치는 담은 부석사 대석단만큼이나 엄청 큰 돌로 쌓았다. 대단한 공력을 들였다.

한국사람 돌 쌓는 기술은 이미 고구려 성을 보면 알 수 있다. 골격뿐 아니라 기술도 훌륭하다.  

 

 

 

 

 

 

무덤의 뒤를 돌아, 

 

 

전망이 시원한 농로를 따라 걷는다. 

 

 

이렇게 군데군데 쉼터가 있어 조난당할 염려는 거의 없다.  

   

 

3시 50분, 드디어 등구재에 올랐다. 여기서 전라도 남원 땅과 경상도 함양 땅으로 나뉜다.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표지판에는 이런 글이 적혀있다.

 

"거북등을 닮아 이름 붙여진 등구재, 서쪽 지리산 만복대에 노을이 깔릴 때 동쪽 법화산 마루엔 달이 떠올라 노을과 달빛이 어우러지는 고갯길이다. 경남 창원마을과 전북 상황마을의 경계가 되고 인월장 보러 가던 길, 새색시가 꽃가마 타고 넘던 길이다."

 

 

등구재를 내려서서 이렇게 소나무, 낙엽송이 하늘을 찌르는 그윽산 숲길을 걷는다. 참 기분 좋은 길이다.

  

 

 

 

 

이처럼 이상하게 생긴 소나무도 있다.

 

 

이어 엄청 가파른 내리막길을 나무 계단을 밞고 내려가야 한다.

 

내리막을 내려서면 상황소류지 쉼터가 나온다.  

 

 

편안한 임도가 이어진다. 전망도 확 트인다. 

 

멀리 지리산 천왕봉을 중심으로 지리산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4시 25분 창원마을을 거쳐,

 

마천 돌 공장이 보인다.

예전에는 엄천강에 물고기들이 엄청 많았다. 통발을 놓아 물고기를 잡는데 통발은 각자 주인이 있어, 통발 하나와 논 한 마지기를 바꾸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수익이 좋았다.

돌공장이 들어서 돌가루가 강에 들어가 심하게 오염되었고, 그리하여 이제 이곳에는 물고기들은 떠나버렸다.

 

 

금계마을에서 여정은 마무리되고,

의탄교 아래 강변에서 맛있는 닭죽으로 푸짐한 저녁을 먹었다. 

미리 이곳에 와서 저녁을 준비해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