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1길-2010년 3월 4일
1. 지리산 둘레1길은 전라북도 남원시 주천면 장안리 외평마을과 남원시 운봉읍 서천리를 잇는 14km의 지리산길이다. 이 길에는 옛 운봉현과 남원부를 잇던 옛길이 지금도 10km쯤 남아있다.
해발 500m의 운봉고원의 넓은 들판과 6개의 마을을 잇는 옛길과 제방길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나가는 길에 있는 중요한 지점들은 대략 다음과 같다.
운봉읍→ 옛 양묘장→ 행정마을→ 서어나무숲→ 장마을→ 질매재→ 덕산저수지→ 노치마을. 회덕마을→ 구룡치→ 송월정→ 내송마을→ 주천면
① 다시 운봉읍 서림공원에서 시작한다. 11시 15분 서림공원에 도착했다.
오늘도 비가 내린다. 까짓거, 이런 정도야 오히려 먼지가 일지 않아 더 좋다.
거기다가 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하는 지리산 연봉들의 신비로운 모습을 바라보는 즐거움은 오늘이 아니면 만나기 어려운 풍경이다.
서림공원의 장승은 눈을 부라리고 사악한 존재가 들어오는가 살피고 있다. 운봉은 풍요한 농업생산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삶은 풍족하였다. 그들의 공통체가 지키고자 하는 마음에서, 다소 배타적인 마을이다.
옛날 사람들은 이 마을에 들어가려면 약간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남의 마을에 들어가면서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어디로보나 좋은 태도이지 비난할 일은 아니다.
현대인들은 영악해서 인가. 장승은 억지로 무섭게 보이려는 듯해 무섭기 보다 좀 우습다. 장승은 나에게 '어서 오시게. 여기까지 온다고 힘들었지.'하고 넌즈시 속삭이는 듯하다.
② 서림공원을 지나 양묘장~남천변을 끼고 걷는다.
마을 앞을 흐르는 남천은 엄천강으로 이어지고, 다시 경호강과 만나 남강을 이루어 낙동강으로 들어간다.
행정리 왼쪽 국도 변에 수백년된 노송 30여 그루가 늘어선 송림공원이 있다.
③ 행정마을숲으로 간다.
■ 행정리의 서어나무 군락
산림청과 생명의 숲 국민운동, 유한킴벌리가 공동 주최한 2000년 제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전국의 마을숲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선정했다. 평소 주민의 적극적인 숲 보호 노력, 자연과 사람이 공생하는 전통문화를 느낄 수 있게 한다는 점이 인정되어 선정되었다고 한다.
마을은 탁 트인 들판에 자리잡아 겨울에는 매서운 북픙으로 마을에 냉기가 감돌고 마을의 좋은 기운은 밖으로 빠져나가 풍수상으로는 좋지 않았다. 한 스님의 권유로 마을의 허한 부분을 비보하기 위하여 조성되었다
마을 숲으로 등록되어 있는 450평의 서어나무 군락, 나무들의 수명이 200년은 훨씬 넘었을 것이라는 설명에 그 역사가 말해주는 웅장함과 장대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나무들은 서어나무 수피의 특색인 회색에 검은 얼룩이 섞여 마치 보디빌더의 팔뚝 근육처럼 울퉁불퉁 튀어나와 일명 머슬트리(Muscle Tree), 즉 근육나무라 불리는 모습 그대로이다.
식물의 천이과정 마지막 단계에서 적당한 습도와 온도를 가진 토양위에서 안정된 산림 군락을 이루는 것을 극상림 이라고 한다. 산림 생태계에서 아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극상림을 구성하고 있는 나무가 바로 서어나무이다. 그런 서어나무들이 마을 입구에 숲을 이루고 있다는 것은 행정리 마을의 축복일 것이다.
여름의 서어나무
임권택 감독이 200년에 만든 영화 <춘향뎐>의 춘향이 그네 타는 장면을 찍었다고 한다. 그네가 걸려있다.
④ 행정마을숲을 지나 가장마을로.
가장마을
호남지방에는 두레와 관련된 모정이 많다. 마을공동체 구성원들은 여기에 모여 마을의 문제들을 의논하고, 피곤한 농사일 도중 쉬기도 한다. 요즈음에는 초가는 없어지고 대부분 기와지붕으로 뀌귀었고, 유리창운도 달았다.
가장마을을 지나
덕산저수지를 왼쪽으로 끼도 돈다. 오른쪽으로 호화분묘 동복오씨 묘원이 있다.
⑤ 1시 30분 행정마을에서 5㎞쯤 떨어져 있는지점인 노치마을에 이르렀다. '노치'라는 이름은 '고개길 가의 마을' 정도의 뜻일 것이다.
노치마을 입구에 돌무더기서낭이 있다. 이런 모습은 서낭당의 가장 원초적인 형태이다. 훗날 중국의 영향으로 성황당이라 하여 당집을 짓고 신체를 상징하는 위패나, 영정을 그려 넣기도 하였다.
서낭신은 토지신이고,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다. 사람들은 출입할 때마다 절을 하고, 일년에 한두 번 서낭제를 올리고 공동체의 풍요와 화합을 기원한다.
꼭대기에 있는 선돌은 본디 남근석을 올렸다. 강원도 강릉에는 남근석을 올린 돌무더기 서낭당 여러 곳에 있다. 당집을 지어 감추어 둔다.
노치마을은 바로 백두대간 주능선이 지나가는 마을이다. 마을앞 도로가 백두대간 마루금이다.
노치마을에는 요즈음 보기 드문 샛집이 있다. 우리가 어릴 때는 초가집과 함께 흔했다. 농촌에서는 볏집을 구하기 쉬우니 볏짚으로 지붕을 이었지만 산촌에는 볏짚을 구하기 어려워 당연히 주변에 흔한 억새를 베어 지붕을 인 것이다. 이것이 현대인들에게는 명물이 되었다.
텔리비젼 안테나가 있는 것으로 보아 사람이 살고 있는 것같다.
한국전쟁 이전에는 이런 집들이 많았다. 전쟁 중에 많이 타버렸다.
지금 남아있는 집들은 한국전쟁 후 다시 지은 집이다.
10분 거리에 회덕마을이 있다.
⑥ 회덕마을의 옛이름은 모데미이다. 사람들이 모였던 마을이란 뜻이다. 이곳에는 주막이 있었고, 지나가는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요기하며 쉬어간 마을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다니던 살아있는 길이었다.
회덕에서 구룡치를 넘어 내송마을(안솔치)로 이어지는 길은 그윽한 숲길이다. 걷는데 2시간쯤 걸린다. 이 길은 오르막이 별로 없어 걷기 편하다. 반대편인 내송~회덕 쪽으로 가면 1시간 내내 오르막길을 가야 한다. 회덕마을은 해발 520m, 구룡치는 580m, 내송마을은 220m다.
이 길은 옛적 장꾼들이 장보러 다니던 길이다. 남원이나 달궁에서 하루 종일 걸어 회덕에 와서 하룻밤을 자고 다시 구룡치를 넘어 남원으로 간다고 한다.
이 비닐하우스 가게는 옛 주막을 계승했을 것이다. 참새방앗간이다.
사무락다무락으로 간다.
다리를 건너면 이런 운치있는 솔숲길이 이어진다.
⑦ 2시에 사무락다무락이란 이쁜 이름의 작은 고개에 이르렀다. 소나무 아래 비스듬한 공터에 작은 돌탑이 여러 개 있다. '다무락'은 아마 담벼락이란 뜻일 것이다. '사무락'은 무슨 뜻인지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
이런 돌탑의 근원은 역시 돌무더기 서낭당이다. 사람들은 고갯마루에 돌무더기 서낭을 쌓고 오가며 여행의 안전을 빈다.
한쪽에서는 미신이라 비난하지만 문화적인 유전자는 이처럼 생명력이 길다.
이제 구룡치를 넘어야 한다. 헐떡거리며 오른다. 그러나 주천에서 운봉으로 가면 훨씬 더 힘들다.
연리목일까?
밑둥치 아래쪽에 난 가지인지, 솔씨가 떨어져 자란 나무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새로 자란 줄기가 본 나무를 둘러싸 안고 돌아가고 있다.
⑧ 구룡치
아홉마리 용의 고개라는 뜻의 이 이름은 싯달타 태자가 태어났을 때 용 아홉 마리가 물을 뿜에 태자의 몸을 씼겼다는 불교설화에서 왔을 것이다. 원주 치악산 구룡사 를 비롯하여 구룡연, 구룡폭포, 양양의 백두대간 등 아홉 용과 관련된 지명이 전국에 여러 군데 있다.
구불구불 오르는 고갯길이 마치 용 같다고 생각하여 붙은 이름일 것이다.
구룡치를 넘어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았다. 가파른 오르막이다.
묘하게 구부러진 죽은 소나무, 용송이라 한다. 오래 그자리에 있어주면 좋으련만 그렇지는 못할 것 같다.
솔숲 오솔길은 개미정자로 이어진다.
⑨ 개미정자는 참한 쉼터다. 나그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편안한 곳이다.
국도변에 노란 산수유가 꽃망을을 터트리고, 쑥들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있다.
마을길을 따라가니 송월정이라는 정자가 솔숲에 가려 있다.
지리산 만복대가 저만치 구름에 가려있다.
주천면 주변을 흐르는 강
⑩ 주천면 치안센터가 있는 이곳이 지리산 둘레 1길의 시작이다. 우리에게는 끝이기도 하고.
여기서 우리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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