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림동 계곡은 남덕유산(1508m)에서 발원한 물이 서상·서하면으로 흘러내리면서 이룬 하천이다. 장장 24㎞가 넘는 이 계곡은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절경의 정자가 많아 우리나라 정자 문화의 보고로 꼽힌다.
트레킹은 '거연정(居然亭)'에서 시작한다. '자연에 머문다'는 뜻의 이 정자는 정면 3칸, 측면 2칸의 중층 누각으로, 울창한 숲을 병풍처럼 두른 암반 위에 세워져 산수화 속의 정물을 보는 듯 그윽하다. 이 정자는 1640년께 억새로 지었다가 1872년 목재로 재건했다.
거연정에서 봉전교를 건너 계곡가에 난 소로를 따라 150m쯤 가면 '영귀정(詠歸亭)'이 나온다. '귀거래사를 읊는다'는 뜻이다. 맞은편 계곡 가에는 단아한 정취의 '군자정(君子亭)'이 암반 위에 서 있다. 봉전리는 조선 5현의 한 명인 일두(一蠹) 정여창(鄭汝昌·1450~1504)의 처가가 있던 마을이다. 마을 선비들이 일두를 기려 그가 처가에 들를 때면 찾았다는 현재의 계곡 가에 1802년께 이 정자를 지었다.
영귀정에서 1.6㎞가량 가면 '동호정(東湖亭)'이 있다. 1895년 지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중층 누각인 이 정자는 화림동 계곡에 세워진 정자 중 가장 크고 화려하다. 정자 앞 계곡 한복판의 너럭바위가 눈길을 끈다. 수십~수백 명이 모여 시회나 토론회를 열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다. 호성마을과 경모정, 람천정을 지나면 발길은 '동호정에서 3㎞쯤 떨어진 '황암사(黃巖祠)'에 이른다. 이곳은 정유재란(1597년) 때 황석산성을 지키기 위해 왜적과 싸우다 숨진 당시 안의현감 곽준(郭埈), 함양군수 조종도(趙宗道) 등 순국선열 수천 명의 넋을 추모하려고 세운 사당이다.
황암사를 뒤로 하고 1㎞가량 걸으면 널따란 반석 가에 세워진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정자가 눈에 들어온다. '달을 희롱한다'는 뜻의 '농월정(弄月亭)'이다. 이름처럼 밤이면 달빛이 계곡물을 타고 흐르며 찬란한 금빛 그물을 드리운다고 한다. 농월정 앞 반석을 달바위라고 부르는데, 그 면적이 3300여 ㎡에 달한다.
농월정에서 1.3㎞쯤 농로를 따라 걸으면 월림마을에 이르고, 다리를 건너 1㎞가량 더 가면 길가에 아홉 노인이 모여 놀았다는 '구로정(九老亭)'이 나온다. 여기서 1.8㎞쯤 떨어진 금천변에 오리숲이 우거져 있다. 오리숲에서 조금 내려가다 다리를 건너면 정면 5칸, 측면 2칸의 우람한 팔작지붕 누각이 자리하고 있다. '광풍루(光風樓)'다. 1412년(태종 12)에 지은 누각으로, 당시 이름은 '선화루(宣化樓)'였다. 1494년(성종 25)에 안의현감으로 재직했던 일두가 중수한 뒤 지금의 이름으로 개명했다.
화가 낙파(駱坡) 이경윤(李慶胤·1545~1611)이 그린 '고사탁족도(高士濯足圖)'의 정경이다. 탁족은 여름철 선비들의 대표적인 피서법의 하나였다. 몸을 노출하는 것을 꺼려 발만 물에 담그는 것이다. 하지만 발은 온도에 민감한 데다 발바닥에 온몸의 신경이 모여 있어 발만 물에 담가도 전신이 시원해진다. 탁족은 정신 수양법이기도 하다. "창랑의 물이 맑음이여, 나의 갓끈을 씻으리라(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창랑지수청혜 가이탁오영). 창랑의 물이 흐림이여, 나의 발을 씻으리라(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창랑지수탁혜 가이탁오족)"는 중국 초나라 시인 굴원(屈原)의 고사가 그 전범이다. 치세 때는 나아가 벼슬을 하고, 난세 땐 물러나 은거한다는 뜻이다.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함양행 시외버스를 탄다. 버스는 오전 7시, 9시, 11시에 있다. 함양터미널 인근 군내버스터미널에서 서상·서하행 버스를 갈아타고 가다 봉전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버스는 오전 6시20분 및 6시30분발에 이어 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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