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한시

서거정 / 수박

추연욱 2015. 8. 1. 16:03

 

수박

 

서거정 

 

수박을 비스듬히 쪼개자 둥근 달이 갈라진 듯

씹어 삼키니 뼛속까지 서늘해져 깜짝 놀랐네.

이때 서늘한 기운 생긴 것 벌써 깨달았으니

다시 어디 가서 더위를 피할 것까지 있겠나?

 

가을날 서리처럼 하얘서 빛이 더욱 절묘한데

벼랑의 꿀통인가 달콤하기 꿀맛 그대로일세.

근래 세상사 외밭에서 신발 끈매기도 싫어하니

동문 바깥의 땅에는 은자를 찾을 곳이 없구나.

 

西瓜斜割月生稜 嚼罷渾驚骨欲氷

已覺此時生爽塏 更於何處避炎蒸

秋霜皎潔光尤妙 崖蜜甛甘味更仍

世事年來嫌納履 靑門無地訪東陵

 

曹植)<君子行>에 “군자는 매사를 미연에 방지하여, 혐의로운 지경에 처하지 않나니, 오이 밭에선 신끈을 고쳐 매지 않고, 오얏나무 밑에선 관을 바루지 않는다. 君子防未然 不處嫌疑間 瓜田不納履李下不整冠”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秦나라 때 일찍이 東陵侯에 봉해진 邵平이 진나라가 멸망한 뒤에는 스스로 평민의 신분이 되어, 長安城)의 청문 밖에다 오이를 심어 가꾸며 조용히 은거했는데, 특히 그 오이가 맛이 좋기로 유명하여 당시 사람들로부터 東陵瓜라 일컬어졌던 데서 온 말이다. 청문은 곧 東門과 같은 뜻이다.

 

<史記> 53 蕭相國世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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