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문화유산 답사자료

덕수궁

추연욱 2015. 6. 9. 12:02

 

전쟁 중이라도 한 나라의 궁궐을 훼손할 수 없다

 

한국전쟁 당시 서울 수복작전이 진행되던 시기에 미 육군 제임스 해밀턴 딘 중위는 인민군이 주둔해 있던 덕수궁을 포격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해밀턴 중위는 명령을 어기고 인민군이 모두 빠져나와 을지로를 지날 때 공격을 개시해 덕수궁을 점령했다. 전쟁이 끝난 뒤 그는 이렇게 회고했다. “서울 시내에는 중요한 건물이 많이 있었다. 역사적 건물로 알려진, 한국의 지난날 왕의 궁전으로 사용된 고궁이 몇 곳 있는데, 그중 서남쪽에 있는 것이 덕수궁으로 알고 있었다. 이 지점을 포격하면 나는 틀림없이 수백 명에 달하는 적군의 병력과 그 장비를 순식간에 괴멸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 고궁도 함께 사라져 버릴 것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한 국가의 유물인데, 나의 포격개시란 말 한마디로 불과 몇 분 안에 사리지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그대로 처리하여 포격하는 것은 나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이런 인연으로 제임스 해밀턴 딜의 묘비에는 그의 이름과 함께 “KOREA”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본래 나라의 운을 기리는 곳이라는 의미의 경운궁이라 불렸던 덕수궁은 전쟁이라는 절체절명의 순간 속에서도 한 미국 장교의 문화유산 보호 정신 덕분에 지금까지 이 자리에 남아 현재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임기상, <신념과 용기로 문화재를 지켜낸 사람들>, 문화재 사랑, 통권 127, 문화재청, 2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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