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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왜곡한 백두대간 우리 이름

추연욱 2022. 6. 21. 12:17

 

일제가 왜곡한 백두대간 우리 이름

 

 

1. 녹색연합은 2004년 12월부터 2005년 2월까지 백두대간이 지나는 32개 시 · 군의 자연지명과 행정지명을 조사한 결과 22곳의 지명이 잘못 쓰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2. 가장 많은 왜곡의 유형은 큰 산이나 봉우리 이름에 들어가는 ‘王’자를 ‘皇’이나 ‘旺’으로 바꾼 경우이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皇'은 일본 천황을 의미하는 것이고,

'旺'은 ‘日+王’으로 일본의 왕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2-1. 속리산 '天皇峰'은 고지도인 <팔도군현지도>와 1911년에 제작된 <한국지형도>까지는 ‘天王峰’으로 적혀 있으나,

1918년 조선총독부에서 만든 지도부터는 천황봉으로 표기되어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다.

마찬가지로 강원도 정선의 '加里王山'은 '加里旺山'으로,

설악산 '土王城' 폭포는 '土旺城' 폭포로 각각 왜곡된 채 사용되고 있었다.

 

경북 문경 旺陵里, 강원도 양양군 旺勝洞, 강원도 강릉시 旺山面, 충남 논산시 旺田里도 같은 경우다.

仁王山은 일제 이후 仁旺山으로 쓰였지만 1995년 광복 50주년 때 제 이름을 되찾았다.

 

3. 강원도 동해시에 나란히 있는 청옥산과 두타산은 일제가 지명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이름이 맞바뀐 사례다.

 

4. 마을에 유래하는 전설이나 특이한 지형지물을 따서 지은 지명들은 행정편의를 위해 쉬운 한자로 고쳐지기도 했다.

 

4-1. 거북이 모양 바위가 있어 마을 이름에 거북이 龜자가 들어간 강원도 양구군 龜岩里와 경남 함양군 龜坪마을은,

일제강점기에 각각 九岩里와 九坪마을로 바뀌었다. 대전의 九城洞, 충북 보은군 九치리도 비슷한 경우다.

 

전북 장수군 鳩洛마을은 ‘효심이 지극했던 군수에게 어머니 약으로 쓸 비둘기가 스스로 날아들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곳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비둘기 鳩자가 아홉 구(九)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4-2. 전북 장수군 龍鷄마을은 고려 말 장군이었던 이성계가 잠이 들었다가 닭 울음소리를 듣고 깨어나 왜적을 무찌른 곳인데 일제강점기 龍溪마을로 바뀌었다고 <장수군지>에 기록돼 있다.

 

5. 녹색연합 백두대간보전팀 정용미 팀장은 “이번 조사는 전국 140개 시 · 군 중 백두대간이 지나는 곳만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이런 지명 왜곡 사례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