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한시

絶命詩/ 黃玹

추연욱 2017. 3. 26. 18:40


絶命詩


梅泉 黃玹(1855~ 1910)


亂離袞到白頭年 난리를 겪다 보니 백두년(白頭年)이 되었구나

幾合捐生却末然 몇 번이고 목숨을 끊으려다 이루지 못했도다   

今日眞成無可奈 오늘날 참으로 어찌할 수 없고 보니

輝輝風燭照蒼天 가물거리는 촛불이 창천(蒼天)에 비치도다


妖氣晻蘙帝星移 요망한 기운이 가려서 제성(帝星)이 옮겨지니  

九闕沈沈晝漏遲 구궐(九闕)은 침침하여 주루(晝漏)가 더디구나

勅從今無復有 이제부터 조칙을 받을 길이 없으니  

琳琅一紙淚千絲 구슬 같은 눈물이 주룩주룩 조칙에 얽히는구나


鳥獸哀鳴海岳嚬 새 짐승도 슬피 울고 강산도 찡그리네   

槿花世界已沈淪 무궁화 온 세상이 이젠 망해 비렸어라  

秋燈掩卷懷千古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지난 날 생각하니     

難作人間識字人 인간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하기 어렵기만 하구나


曾無支厦半椽功 일찍이 나라를 지탱할 조그마한 공도 없었으니   

只是成仁不是忠 단지 인(仁)을 이룰 뿐이요 충(忠)은 아닌 것이로다

止竟僅能追尹穀 겨우 능히 윤곡(尹穀)을 따르는 데 그칠 뿐이요  

當時愧不躡陳東 당시의 진동(陣東)을 밟지 못하는 것이 부끄럽구나


金澤榮, <梅泉集>, 권5, 1911, 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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