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시집

이외수/ 첫 사랑, 가을수첩

추연욱 2014. 9. 2. 22:38

첫 사랑

 

이외수

 

이제야 마음 다 비운 줄 알았더니

수양버들 머리 풀고

달려오는 초여름

아직도 초록색 피 한 방울로

남아 있는

그대 이름

 

 

가을 수첩

 

이외수

 

창문을 연다

가을이

손을 흔들어 보인다

떠나는구나

 

나는

하늘 한 조각을 오려서

노트 갈피에 끼우고

사랑은 끝내 시리다

라고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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