頭榴山 神興社 凌派閣記
西山大師 休廷
朴敬勛 역
세상에서 말하기를 “바다 가운데 세상이 있는데 두류산이 그 하나다”라고 한다. 두류산은 우리 동국의 湖와 嶺의 두 남방 사이에 있다.
그 산에 절이 있는데 이름을 신흥사라 하고, 절이 있는 골짜기는 이름을 花開洞이라 한다.
골짜기는 협착해서 마치 사람이 병 속을 드나드는 것 같다.
동으로 바라보면 蒼莽한 골짜기가 있으니 청학동이라, 푸른 학이 살고 남으로 바라보면 강 위에 있는 두어 봉우리는 백운산이니, 흰 구름이 난다.
골짜기 가운데 한 마을이 있어서 네댓 집이 사는데 꽃과 대나무가 어지러이 비치고 닭 울음과 개 짓는 소리 서로 들린다. 거기 사는 사람들은 衣冠이 순박하고 毛髮도 예스러우며 생계는 다만 밭갈기와 우물 파는 것뿐이요, 서로 찾고 만나는 사람은 다만 늙은 스님뿐이다.
골짜기에서 절문에 가려면 남으로 수십 걸음쯤 되며 동 · 서의 두 시내가 합해 한 골짜기의 물이 되었다. 맑은 물은 돌에 부딪쳐 굽이치면서 소리를 내는데 놀란 물결이 한번 뒤치면 雪花가 어지러이 날리니 참으로 奇觀이다.
시내의 양쪽 언덕에 수천의 돌소[石牛]와 돌염소[石羊]가 누웠으니 이 물건은 처음 하늘이 험한 곳을 만들면서 반드시 그 靈府를 숨기려 한 것이다. 겨울에 얼음이 얼고 여름에 비가 오면 사람이 서로 왕래하지 못하므로 깊이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嘉靖 辛酉年1 여름에 그 德士 玉崙이 道友 祖演에게 부탁하여 시냇가에 누워있는 돌소와 돌염소를 채찍질하여 기둥을 만들고 한층의 긴 다리를 놓았다. 다리 위에는 다섯 칸의 높은 누각을 짓고 붉은 빛으로 곱게 색칠한 뒤에 그 다리 이름을 紅流라 하고 그 누각 이름을 凌派라 하였다. 그 형상됨이 밑으로는 黃龍이 물결에 누워있고 위로는 붉은 鳳이 하늘을 날으니, 형세는 端例의 黿閣과 같으나 張儀의 龜橋와는 아주 다르다. 산승이 이곳에 이르면 선정에 살고, 騷客2이 이르면 시에 고민하고, 도사가 이르면 뼈를 바꾸지 않고 바로 가벼운 바람을 탄다. 그리하여 崙 · 演의 두 사람은 마음을 먼 하늘에 붙이고 몸을 뜬 구름에 맡기어, 때로는 지팡이를 짚고 나와서 그 사이에서 한가히 읊조리기도 하고, 혹은 차를 마시기도 하며, 혹은 기대어 눕기도 하면서 장차 늙음이 오는 것을 모른다.
또 누각됨은 높아서,
백 척 위에 올라서 별을 따는 情趣가 있고,
눈이 천리에 트여 하늘에 오르는 정취가 있고,
외로운 따오기와 떨어지는 노을은 藤王閣3에 "……落霞與孤騖齊飛 저녘 노을은 짝 잃은 기러기와 나란히 날고 秋水共長天一色 가을 물빛은 높은 하늘과 같은 색이다 ……"라 하였다.' height="14">의 정취가 있으며,
하늘 밖의 삼산은 鳳凰樓4에, "……三山半落靑天外 삼산 푸른 하늘은 반쯤 솟아 있고……"라 하였다.' height="14">의 정취가 있으며,
맑은 내와 꽃다운 물은 黃鶴樓의 정취가 있으며,
떨어진 꽃이 물에 흐름은 桃源5." height="14">의 정취가 있고,
가을은 비단에 수놓은 듯한 단풍으로 赤壁6에서." height="14">의 정취가 있으며, 좋은 손님을 맞고 보냄은 虎溪의 정취가 있다.
또 짐을 진 사람이나 짐을 인 사람이나 밭가는 사람,
고기 낚는 사람, 빨래하는 사람,
목욕하는 사람,
바람 쏘이는 사람, 시를 읊는 사람······.
그리고 나아가서는 고기를 구경하는 사람이나 달을 감상하는 사람, 누구나 이 누각에 오르면 모두 그 즐거움을 즐기게 되니 이 누각이 사람의 흥취를 돕는 것이 또한 적지 않다.
그뿐이 아니라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나 얼음이 얼고 눈이 올 때에도 물을 건너는 사람의 옷을 걷어 올리는 수고가 없으니 내를 건너게 하는 그 공도 또한 크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누각 하나가 이루어짐으로써 온갖 즐거움이 갖추어져 있으니 어찌 반드시 賢者라야만 이것을 즐긴다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옛날 하늘이 영부를 숨겼던 것을 한탄하였더니 지금 이 두 사람이 구름을 꾸짖고 그것을 열어 내어 디어 산과 절과 골짜기와 시내로 하여금 세상에서 이름을 숨기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나 어떻게 하면 維摩詰7의 수단을 얻어 이 누각을 넓히어 천 칸 만 칸, 심지어 끝이 없는 칸 수의 큰 집을 만들어 널리 천하 사람들을 두루 수용하게 할 수 있을 건가.
가정 갑자년8 봄에 적는다.
<淸虛堂集> 제3권
한국명저전집 7, 선가귀감, 서산대사집, 신화사, 19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