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예술가곡

浜辺の歌 해변의 노래

추연욱 2022. 9. 5. 18:13

 

 

浜辺の歌 해변의 노래

成田為三 Tamezo Narita(1893~ 1945)

cello/ Mischa Maisky(1948~), violin/ Daria Hovora

 

 

 

浜辺の歌 해변의 노래

成田為三 Tamezo Narita(1893~ 1945)

賠償千恵

 

 

 

이른 아침 바닷가를

거닐 다보니

그리워라 지나간 날들

바다 위를 날으네

바람소리 따라

구름 꽃 피우고

물결 이는대로 춤을 추네

햇살에 반짝이네

저무는 저녁

해변을 걸어 가노라면

맑고 고운 그대 얼굴

수평선에 비치네

밀리어 오는 그대

사라지는 그대

별빛되어 깜빡거리네

달빛타고 흐르네.

 

 

 

浜辺の歌 해변의 노래

成田為三 Tamezo Narita(1893~ 1945)

Flute James Galway, Daria Hovora

 

 

 

 

浜辺の歌 해변의 노래

成田為三 Tamezo Narita(1893~ 1945)

Christopher Palmer Arrange

Julian Lloyd Webber(1951~ )

Royal Philharmonic Orchestra · Nicholas Cleobury

 

 

 

 

 

神奈川沖浪裏/ 가쓰시카 호쿠사이(葛飾北齋 1760~ 1849)

 

 

 

 

 

 

<해변의 노래>의 추억

고등학생 시절 음악을 공부한 적이 있다. 선생님은 가끔 나에게 어느 다방으로 오라고 하셨다. 그 다방은 대구역에서 가까운 북성로 어딘가에 있었는데, 다방 이름이 백조다방이었던가 기억이 희미하다. 주변에 철물 가게가 많았던 것 같다.

다방은 길쭉한 게 꼭 열차 객실 같았다. 의자는 등판을 가운데 두고 이쪽저쪽으로 앉는 영락없는 3등 객실이었다. 안쪽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그 위에 바이올린이 놓여 있었다.

다방 주인은 몸집이 당당해서 꼭 레슬링 선수 같았다. 그에 비해 선생님은 작은 몸집에 깡말라 꼭 영화 <뚱뚱이 훌쭉이 논산 훈련소 가다>의 '뚱뚱이와 훌쭉'이 같았다. 두 분은 가끔 내가 알아듣지 못하게 일본말로 대화하기도 했다. 두분은 학생 시절에 일본에서 같이 음악공부를 했다고 한다. 다방 주인은 바이올린을 전공했던 모양이다. 이상한 것은 이 다방에 여러 차례 왔지만 차 마시러 오는 손님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어느날이었다. 선생님은 피아노 앞에 앉으시고 그 친구분은 바이올린을 켜면서 눈을 지그시 감고 일본어 가사로 노래를 불렀다. 일본 노래였지만 꼭 우리나라 노래 같았다. 나한테 있는 악보를 찾아보니까 바로 나리타란 사람이 작곡한 <해변의 노래>였다. 우리말로 번역된 가사도 있었는데 “옛날에 놀던 바닷가에 돌아와 보니”로 시작하여 “오늘도 아가씨 모래성 쌓는다.”로 끝나는 그런 가사였다. 가운데 부분은 지금 통 기억나지 않는다. 하여튼 그 노래는 가사는 7․5조를 기본 음수율로 하였고, 음악도 5음음계이니 우리나라 노래와 같이 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7․5조의 음수율이 일본 시에서 왔다는 것은 그후 대학에 들어가서야 알았다.

 

그뒤 나는 가끔 그 <해변의 노래>를 우리말 가사로 불렀다. 그때는 그 노래가 취입된 레코드는 없었으니 들을 수는 없었다. 그러니 부르기만 할 밖에. 그러다가 살아가면서 몽땅 잊어버렸다.

 

요즘은 이 짤막한 노래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져 수많은 연주자들이 여러 형태로 연주한 디스크가 나와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골라 들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대가들, 제임스 골웨이, 미샤 마이스키의 연주도 있다.

 

그때 그분들은 중년을 막 지나 초로에 접어들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는 이제 그때 그분들보다 나이가 더 많다. 나도 그분들처럼 과거에 사는 사람이 되었다. 이제야 비로소 그분들이 부르는 노래에 무슨 알 수 없는 그리움과 짙은 회한, 후회 같은 것이 베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무엇에 대한 회한일까, 젊음에 대한 것일까. 젊은날 사모했던 한 여인에 대한 그리움일까. 그 노래에는 알 수 없는 깊은 멋이 있었다.

멋은 깊은 슬픔에 나온다고 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