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연욱 2016. 4. 11. 10:25



색동


색동은 "오색으로 염색을 하거나 오색 비단 조각을 잇대어 만든 어린이 저고리의 소맷길 또는 잇대는 데 쓰이는 좁은 헝겁오리"

김영숙, <한국복식사>, 1998.


어린이 저고리 소매, 그리고 혼례식 날 신부가 입는 원삼에도 색동 소매가 달린 경우가 많다.


색동옷은 고구려 수산리 고분벽화에 등장하는 여인은 색동천을 이른 치마를 이고 있다.

A라인 치마는 색옹이 위에서 아래로 넓어지는 형태로 자색, 적색, 살색 등으로 배치하였다.

일본의 다카마스 무덤 벽화에 등장하는 여인도 색동치마를 입고 있다.




수산리고분 벽화



다카마스총 서벽 여자상



이로 보아 색동옷은 동북아시아 지역에 공유되고 있는 음양오행사상과 같은철학적 인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소수민족, 당나라(608~ 907) 시대 서역 아스타나에서 출토된 목조여인상에도 나타난다.


색동은 다섯 가지, 세 가지, 때로는 가짓 수와 상관없이 다양한 형형색색의 천이나 염색을 통해 다채로운 색을 연결하였다.

일반적으로 木, 火, 土, 金, 水와 같은 우주적 에너지를 내포하고 있는 오방색(오행의 기운과 연결된 靑, 赤, 黃, 白, 黑) 의 사용을 통해,

음양의 조화나 오복의 구비를 달성하고자 하는 인간의 염원이 담긴 장식문화이다.


황은 흙으로고귀한 색이었으며,

청은 나무에 해당해 봄의 색이자 잡귀를 물리치고 복을 비는 의미로 쓰였다.

백은 오행 중 금으로 결백 · 순결을 뜻하였으며,

적은 불로 애정, 생성 등 벽사의 뜻으로 쓰였다.

흑은 물로 인간의 지혜와 연결되어 있다.


음양오행과 관련된 색들은 신부의 연지, 곤지에도,

어린아이 색동 저고리에도, 음식 위에 오른 고명에도 깃들여 있어,

각각 귀신을 쫓거나 무병장수를 기원하였다.


혼수를 살 때도 음양을 상징하는 청홍 계열의 포장지를 사용하고,

 장식 물품에도 색스럽게 색동이나 잣물림 장식 또는 색실로 누빈 물품을 사용하였다.

혼수를 넣은 함 속에 다섯 가지로 색을 달리한 복주머니에 장수나 풍요, 행운, 다산 등을 염원하는 여러 상징성을 가진 곡류나 물품을 넣어 주는 전통들이 지금도 남아 있다.


자녀의 무병장수를 기원하여 첫돌 복식으로 색동 소매를 만들어 저고리나 두루마기에 달고,

오방색 주머니를 채웠다.

첫돌에 남아는 색동저고리에 호랑이 얼굴을 수놓은 호건을 썼다.

이는 악한 기운이 물러가기를 바라는 벽사의 의미와 건강하게 자라기를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아이들은 물론 가족의 일상생활 용품에도 각종 오색 헝겁 조각을 이용해 베개 마구리나 수저집 등의 장식을 했다.


우리 선조들은 자신음 물론 가족과 문중, 나아가 국가적 차원에서 구성원들의 심신 안녕이나 평화를 위해 주술적 ·염원적 의미로 색동 장식을 만들었다.

색동은 저마다 타고난 성향은 다르지만 공존하며 조화를 이루고 또 다른 새로움을 창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