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여인의 등불
가난한 여인의 등불
난타라는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가난하고 고독하여 늘 구걸하면서 살았다.
그때 부처님은 급고독원에서 안거하고 계셨다. 국왕과 많은 국민들이 부처님께 공양을 드리고 있었다.
난타는 생각했다.
‘나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가난한 집에 태어나 복밭[福田]을 만나고서도 뿌릴 종자가 없는가.’
그녀는 괴로워하면서도 적은 공양이라도 드릴 양으로 아침 일찍 일터에 나가 날이 늦도록 부지런히 일했지만,
얻은 것은 겨우 한 푼에 불과했다.
그녀는 그 돈을 가지고 기름집에 가서 기름을 사려했다.
기름집 주인이,
“부인은 한 푼어치 기름을 사 봐야 쓸 데가 없을 텐데 어디에 쓰려 하십니까?”
“부처님과 스님께 불을 켜 공양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니 이것만이라도 주세요.”
기름집 주인은 난타의 사정을 듣고 가엽게 여겨 기름을 갑절로 주었다.
난타는 그 기름을 받아 등불을 하나 만들어 불을 켜서 절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 등불을 부처님께 바치고, 부처님 앞에 있는 많은 등불 옆에 놓았다.
그리고 그녀는 서원을 세웠다.
‘저는 지금 가난하여 이 작은 등불 하나를 부처님께 바칩니다. 그러나 보잘 것 없는 이 등불이 저의 전 재산입니다. 따라서 저의 마음까지도 모두 바치는 것이옵니다.
바라옵건데, 이 인연의 공덕으로 다음 생에는 지혜와 광명을 얻어 일체중생의 어두운 그림자를 없애게 하여 주옵소서.’
이렇게 소원을 말하고는 부처님께 예배하고 떠났다.
밤이 지나고 이른 새벽이 되어 먼동이 트기 시작했다.
등불이 하나 둘 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새벽이 가까워져도 가난한 여인 난타의 전 재산을 바쳐 켠 등불은 꺼지지 않았다.
이날 불을 끄는 당번인 목건련 존자는 등불을 끄기 시작했다.
낮에 불을 켜두는 것은 소용없기 때문에 불을 껐다가 다음 날 밤 다시 켤 생각으로 하나하나 등불을 꺼 나갔다.
그런데 유독 이 한 등불만은 입으로 불어도, 옷자락으로 바람을 일으켜도 꺼지지 않고 언제나 새롭고 새롭게 타고 있었다.
목건련의 이런 모습을 보시고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지금 네가 끄려 하는 그 등불은 너희들 聲聞의 힘으로 꺼지는 것이 아니다.
비록 네가 사해의 바닷물을 길어다 붓거나 크나큰 태풍을 몰아다 끈다 해도 그 불은 끌 수 없다.
왜 그런가? 그것은 그 등불을 보시한 사람이 자기의 전 재산과 마음을 송두리째 바친 뒤 일제중생을 구제하겠다는 서원을 세운 것이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목건련 존자는 다시 부처님께 나아가 예배를 드렸다.
부처님은 난타여인을 불러 그에게 예언을 하셨다.
“너는 오는 세상에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아주 오랜 세월동안 부처가 될 것이다.
부처의 이름은 燈光이라 할 것이고,
여래의 열 가지 호(如來, 應供, 正徧知, 明行足, 善逝 世間解, 無上士, 調御丈夫, 天人師, 佛, 世尊)를 모두 갖출 것이다.”
이에 난타여인은 수기를 받고 기쁜 나머지 부처님께 꿇어 앉아 출가하기를 원했다.
부처님은 이를 허락하시고, 그녀에게 비구니가 되도록 길을 열어 주었다.
이때 아난다와 목건련존자는 그 가난한 여인 난타가 등불을 보시하고 그 공덕으로 온갖 고액에서 벗어나 수기를 받고 출가하는 것을 보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 난타여인은 전생에 무슨 업을 지어 금생에 오랫동안 가난하게 살았고, 또 무슨 다행으로 부처님을 만나 수기를 받고 출가하여 네 계급의 대중들이 다투어 공양하나이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과거에 가섭 부처님이 계셨는데, 그 때 일이다.
한 장자의 부인이 부처님께 나아가 ‘공양을 하겠으니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받아 주소서.’ 하고 청했다.
한편 그때 또 다른 어떤 가난한 여인이 청을 했기 때문에 선약을 깨뜨릴 수 없어 가난한 여인의 청을 먼저 들어 주셨다.
이 가난한 여인은 이미 다시는 고뇌에 생멸하는 생존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 진리를 터득한 여자였다.
그렇게 되자 장자의 부인은 자기의 재산을 믿고 가난한 여인을 업신여기기 시작했다.
더욱이 그 가난한 여인의 청으로 인해 자기의 청이 뒤로 밀린 것을, 배신당한 것으로 생각하고, 질투와 시기하는 마음으로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께서는 어찌하여 나 같은 부자의 공양을 받지 않고 저 거지여자의 청을 먼저 받으십니까?’
장자의 부인은 이렇게 모질고 비뚤어진 언행으로 가난한 여인을 옳지 못한 여자라고 비방했다.
그 뒤로 그는 세상을 떠나 다시 세상에 태어날 때마다 항상 거지의 집에 태어나기를 자그만치 5백 번이나 거듭했다.
그러나 그녀는 여인을 비방했으나 뒷날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을 올린 공덕으로 지금 부처님을 만나 수기를 받고 그리고 출가하여 온 나라 국민들이 존경하고 받들게 된 것이다.
아, 아난타야, 그리고 목건련이여, 이 여인의 전생은 위와 같았느니라.”
동봉 역, <賢愚經>, 홍법원,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