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영시

Hermann Hesse/ 한 점 구름, 흰구름, 날아가는 낙엽,

추연욱 2014. 5. 3. 09:00

 

한 점 구름 Die leise Wolke

 

Hermann Hesse(1877~ 1962)

 

파란 하늘에, 가늘고 하얀

보드랍고 가벼운

구름이 흐른다.

눈을 드리우고

느껴 보아라.

하얗게 서늘한 저 구름이

너의 푸른 꿈속을 지나는 것을.

 

<헤르만 헤세 시집>, 송영택 옮김, 문예출판사, 2013.

 

 

 

흰 구름 Weiße Wolken

 

Hermann Hesse(1877~ 1962)

 

아, 보라, 잊어버린 아름다운 노래의

나직한 멜로디처럼

구름은 다시

푸른 하늘 멀리로 떠간다.

 

긴 여로에서

방랑의 기쁨과 슬픔을 모두

스스로 체험하지 못한 사람은

구름을 이해할 수 없는 법이다.

 

해나 바다나 바람과 같은

하얀 것, 정처없는 것들을 나는 사랑한다.

고향이 없는 사람에게는

그것이 누이들이며 천사이기 때문에.

 

<헤르만 헤세 시집>, 송영택 옮김, 문예출판사, 2013.

 

 

 

날아가는 낙엽 Das treibende Bältter

 

Hermann Hesse(1877~ 1962)

 

마른 나뭇잎 하나가

바람에 실려

방랑도 젋음도 그리고 사랑도

알맞은 시기와 종말이 있다.

 

저 잎은 궤도도 없이

바람이 부는 대로 날아만 가서

숲이나 시궁창에서 간신히 멈춘다.

나의 여로는 어디서 끝날까.

 

<헤르만 헤세 시집>, 송영택 옮김, 문예출판사, 2013.

 

 

행복 

 

헤르만 헤세

 

그대가 행복을 찾아 다니는 동안은

그대는 행복할 만큼 성숙하지 않다

가장 귀한 모든 것이 그대의 것일지라도

 

그대가 잃어버린 것에 불평하고

목표를 가지고 쉬지 못하는 동안은

그대는 아직 평화가 무엇인지 모른다 

 

단지 그대가 모든 바램을 포기하고

목표나 욕망을 더 이상은 알지 않고

행복을 더 이상은 이름 부르지 않는다면 

 

그때 그대에게 일어나는 물결은

더 이상 마음에 넘치지 않고

그대의 영혼은 안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