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첫 눈이 오는날 만나자, 첫 눈 오는 날 만나자, 풍경달다
첫 눈이 오는날 만나자
정호승
사람들은 왜 첫 눈이 오면 만나자고
약속을 하는 것일까..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그렇게들 기뻐 하는 것일까
왜 첫 눈이 오는날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일까..아마 그건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 만이 첫눈이
오기를 기다리기 떄문일 것이다
첫 눈과 같은 세상이 두 사람 사이에
늘 도래 하기를 희망 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한때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있다
첫 눈이 오는날 돌 다방 에서
만나자고 첫 눈이 오면 하루 종일 이라도
기다려서 꼭 만나야 한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
그리고 하루종일 기다 렸다가
첫눈이 내린 밤 거리를 밤 늦게 까지
팔장을 끼고 걸어본 적이 있다
너무 많이 걸어 배가 고프면 눈네린
거리에 카바이트 불을 밝히고 있는 군밤 장수
한테 군밤을 사 먹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약속을 할 사람이
없다 그런 약속이 없어지면서 나는 늙기 시작 했다
약속은 없지만 지금도 첫 눈이 오면
누구를 만나고 싶어 서성 거린다
다시 첫 눈이 오는날 만날 약속을
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첫 눈이 오는날
만나고 싶은 사람 단 한 사람만
있었으면 좋겠다
첫눈 오는날 만나자
정호승 시, 김준범 곡
아주여성합창단 제21회 정기연주회
임명운 지휘, 한재희 반주,
곡중 독창 김명희, 타악기 고동현
첫 눈 오는 날 만나자
정 호 승
첫 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빗 자루로 쓸어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 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놓은 군밤을
더러 사먹기도 하면서
첫 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 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 눈을 기다린다.
첫 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 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 눈 오는 날 만나자
첫 눈 오는 날 만나기로 약속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풍경달다
정호승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정호승 시선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 열림원, 2003.
결빙
정호승
순간은 뜨겁다
꽝꽝 얼어붙은 겨울강
도도히 흐르는 강물조차
일생에 한 번은
모든 흐름을 멈추고
서로 한몸을 이루는
순간은 뜨겁다
<작가세계>, 세계사, 2009. 가을.
우리 첫 눈 오는날 만나자
오광수
우리 첫 눈 오는 날 만나자
빨간색 머풀러로 따스함을 두르고
노란색 털장갑엔 두근거림을 쥐고서
아직도 가을색이 남아 있는작은 공원이면 좋겠다
내가 먼저 갈게
네가 오면 앉을 벤치에 하나하나 쌓이는 눈들은
파란 우산 위에다 불러 모으고
발자국 두 길 쭉 내면서 쉽게 찾아오게 할거야
우리 첫 눈 오는 날 만나자
온 세상이 우리 둘 만의 세계가 되어
나의 소중한 고백이 하얀 입김에 예쁘게 싸여
분홍빛 너의 가슴에선 감동의 물결이 되고
나를 바라보는 너의 맑은 두 눈 속에
소망하던 그날의 모습으로 내 모습이 자리하면
우리들의 약속은 소복소복 쌓이는 사랑일거야
우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