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시집
살아 있는 것은 것은 흔들리면서/ 오규원
추연욱
2013. 12. 7. 18:43
살아 있는 것은 것은 흔들리면서
순례 11
오규원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튼튼한 줄기를 얻고
잎은 흔들려서 스스로
살아 있는 몸인 것을 증명한다.
바람은 오늘도 분다.
수만의 잎은 제각기
몸을 엮는 하루를 가누고
들판의 슬픔 하나 들판의 고독 하나
들판의 고통 하나도
다른 곳에서 바람에 쓸리며
자기를 헤집고 있다.
피하지 마라
빈 들에 가서 깨닫는 그것
우리가 늘 흔들리고 있음을.
이광호 · 김선우 엮음, <첫사랑 두근두근>, 문학과 지성사,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