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 백석(1912~ 1995) 여승은 합장을 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웠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점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 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오! 인도행
기다림 문덕수 봄빛이 딩구는 열두 소슬대문 안의 꽃밭 제 철을 미루면서 흔들리는 한 덩어리 꽃봉오리. 물굽일로 밀려오는 내일의 할머니의 주름살로 밀려오는 내일의 기다림이 씻고 가는 열두 골 가슴 속의 꽃밭 그러나 쌀쌀하게 타오르는 아픔 가쁜 숨에 뼛골마저 잿가루로 삭아도 바다 속에 솟아오른 새벽 봉우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