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한시

이규보의 시/ 장안사, 행과낙동강, 화정의 선자스님

추연욱 2012. 9. 25. 11:49

 

1197년(고려 명종 27년)에 이곳 용궁현의 원님이 베푸는 잔치가 끝난 뒤 시 한 편을 남겼다.

제목은 ‘십구일에 장안사에서 묵으며 짓다’로

 

長安寺

 

李奎報(1168~1241)

 

圖山聊得滌鹿襟 산에 이르니 번뇌가 쉬어지는구나.

況遇高僧支道林 하물며 고승 支道林을 만났음이랴.

長劍遠遊孤客思 긴 칼 차고 멀리 나갈 때에는 외로운 나그네 마음이더니

一杯相笑故人心 한잔 차로 서로 웃으니 고인의 마음일세.

 

天晴舍北溪雲散 맑게 갠 절 북쪽에는 시내의 구름이 흩어지고

月落城西竹霧深 달이지는 성 서쪽 대나무 숲에는 안개가 깊구려.

病度流年空嗜睡 병으로 세월을 보내니 부질없이 졸음만 오고

古園松菊夢中尋 옛 동산 소나무와 국화는 꿈속에서 작아드네.

<東國李相國集>

 

行過 洛東江

 

李奎報(1168~1241)

 

百轉靑山裏 閑行過洛東 굽이굽이 청산 속 돌고 또 돌아 한가로이 낙동강을 지나노라니,

草深猶有路 松靜自無風 풀숲은 우거져도, 길이라 있고 솔바람 고요터니 바람이 잔다.

秋水鴨頭綠 曉霞猩血紅 청둥오리l 머린 양 푸른 가을 물 성성이 피 빛으로 붉은 아침놀

誰知倦遊客 四海一詩翁 뉘 알랴. 유람에 지친 나그네. 온 누리 떠도는 시인인 줄을.

李奎報(1168~1241)

 

1196년 아직 본격적인 벼슬길에 나가지못하고 있을 때,

어머니를 뵙기 위해 상주에 갔는데,

그때 낙동강을 유람하면서 많은 시를 지었다.

 

 

화정에 사시던 선자 스님을 그리며

 

李奎報

 

夜寒江冷得魚遲 추운 밤 차가운 강의 고기잡이 더뎌서

棹却空船去若飛 빈 배에 노질하여 나는 듯 돌아왔네.

千古淸光猶不滅 천년 달빛은 아직도 바래지지 않았건만

亦無明月載將歸 장차 싣고 돌아갈 밝은 달빛은 정녕 없네.